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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ukinews.com/newsView/kuk202007100313

 

병원 노동자는 마른수건처럼 쥐어짜인다

 

보건의료 여성 노동자들이 모성보호제도나 유(사)산 법정휴가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여있다. 이들은 임신과 출산을 선택할 자유조차 없다. 

쿠키뉴스가 보건의료노조의 도움으로 분석한 ‘모성보호’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참고로 보건의료노조는 전체 조합원 3만5614명을 대상으로 ▲임금현황 ▲노동조건 ▲인력확충 ▲조직운영 및 조직문화 ▲직장 내 괴롭힘 ▲노동안전 ▲건강상태 ▲모성보호-임신 및 출산 ▲모성보호-육아 등 ‘모성보호-임신 및 출산’과 관련한 총 9개 영역 43문항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보건의료 노동자에 대한 대규모 모성보건 조사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신도 선택하지 못한다 

최근 3년간 임신결정의 자율성 변화는 ▲2018년 65.9% ▲2019년 68.3% ▲2020년 73.3% 등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4명 중 1명 이상은 임신조차 자유롭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의료기관 특성별로 보면, 임신결정의 자율성 평균은 70% 후반대 이상으로 나타났지만, 병원특성별 차이가 다소 존재했다. 

주목할 점은 정신재활요양병원(83%), 지방의료원(80.1%), 특수목적공공병원(77.6%) 등과는 대조적으로 사립대병원(71.3%)의 경우, 임신결정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중소병원 종사자들은 동료의 업무 가중에 대한 우려가 비교적 높았지만(62.3%), 인사승진 및 부서배치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는 다른 병원보다 다소 낮았다(3.6%). 

직군별 차이도 뚜렷했다. 자유로이 임신을 결정했다는 응답은 대체로 높게 조사됐다. 보건직(82.2%)과 간호조무직(76.2%)은 전체 평균보다 임신결정의 자율성이 높았지만, 간호직(71.5%)과 기능직 및 운영지원직(69.6%)은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지 못했다. 

과거보다 나아졌다지만, 왜 병원 노동자들은 임신 선택을 여전히 주저할까? 

간호직은 “동료에게의 업무 가중에 대한 우려”를 들어 임신 자율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58.7%). 임신순번제 분위기(22.4%)도 이들의 임신을 결정할 자유를 가로막는 요소였다. 간호조무직은 임신순번제 분위기의 영향이나 인간적 괴롭힘에 대한 우려는 전체 평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인사승진과 부서배치 등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는 16.7%의 상대적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비록 사무 행정직과 기능직 및 운영지원직 응답자들은 동료의 업무 가중을 이유로 자율적 임신 선택에 애로를 겪는 비율이 다소 낮았지만,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근무형태별 유의미한 차이도 발견됐다. 통상근무자는 응답자의 14.2%가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를 들었는데, 이는 평균보다 3.8%p 높은 수치다. 3교대 근무자들은 ‘동료의 업무가중 부담’ 이유에 대해 61.1%의 응답률을 보여, 평균보다 3.5%p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또 2교대(73.1%)와 3교대(71.6%)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더 낮은 수준의 임신 자율권을 경험하고 있었다. 관련해 인력부족이 임신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끼쳤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82.9%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고, 자유로이 임신을 결정한 응답자조차 인력부족 상황에 대해 80% 가량(79.1%) “그렇다”고 답했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의료기관 전반의 심각한 인력난을 경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사를 세분화해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응답자가 자유로이 임신을 결정할 수 없었던 이유를 확인하자, 그 이유는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7.6%가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밖에도 “부서 내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에 21.8%가, “인사승진이나 부서배치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가 10.4%, “눈치와 따돌림 등 조직 및 부서에서 인간적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6.2% 등으로 조사됐다. 

정리하면 노동자들의 자율적 임신 선택의 걸림돌은 인력부족과 의료기관 특유의 조직문화로 좁혀진다. 비록 인사승진과 부서배치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감소하고 있긴 하지만, 눈치와 따돌림 등 인간적 괴롭힘에 대한 우려는 ▲2018년 3.9% ▲2019년 1.5% ▲2020년 6.2% 등으로 나타났다. 
 

자율적 임신을 할 수 없었던 이유. 자료=보건의료노조 제공


모성보호제도·유(사)산 법정휴가… 법은 멀고 현실은 팍팍하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모성보호제도’는 ‘그림의 떡’과 마찬가지다. 3년 동안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모성보호제도 사용 현황은 대부분의 항목에서 전혀 사용하지 못한 경우가 상당수였다. 

참고로 모성보호란, 여성의 생리적신체적 특질을 감안해 근로 장소에서 여성을 특별히 보호하는 사회적 조치를 말한다. 육아휴가와 자녀돌봄 휴가 등을 통칭해 모성보호제도로 부른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3만여 명의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출산 전·후 휴가 사용률이 80.3%로 나타난 것을 제외하면, 다른 모성보호제도 사용률은 극히 낮았다. 

조사 결과 모성보호제도의 사용률은 다소나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타직군과 비교해 매우 미흡했다. 특히 임신 중 쉬운 업무로 전환을 요구했다고 밝힌 응답 비율은 2018년 9.2%, 2019년 10.3%, 2020년 8.7%에 불과했다. 또 배우자 출산 휴가를 사용한 비율도 같은 기간 동안 25.1%, 25.6%, 16.1% 등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올해 들어 배우자 출산 휴가 제도의 사용률은 9.5%p에 그쳤다. 

또 최근 3년간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응답자 가운데 임신 중 초과노동을 한 비율은 29.2%나 됐다. 임신 중 초과노동 경험은 병원특성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사립대병원의 경우에는 32.9%로, 전체 평균(29.2%)보다 높았다. 민간중소병원(20.2%)과 지방의료원(19.3%)에서의 임신 중 초과노동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평균과 비교해 간호직(35.2%)은 임신 중 초과근무 비율이 높았으며, 3교대 근무자의 경험률(35.4%)이 두드러졌다. 

보건의료 여성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에도 내몰리고 있다. 3년간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노동자 가운데 12.3%는 임신 중 야간노동 경험이 있었다. 민간중소병원(15.4%)과 정신재활요양병원(15.1%)는 경험률이 높은 반면, 지방의료원(9.4%)과 특수목적공공병원(9.2%)은 경험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임신 중 야간노동을 한 비율의 전체 평균인 12.4%와 비교하면, 간호직(14.4%)을 제외하면 다른 직군에서의 경험률은 낮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조사에서 약무직에서 약 25%에 가까운 임신 중 야간노동을 경험했음이 확인됐다는 것. 관련해 모성보호법은 임신 근로자에 대한 야간근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임신한 보건의료 노동자의 10% 이상이 야간에도 업무에 내몰리고 있는 사실은  이들이 처한 노동 환경의 열악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근로기준법 제7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임신 중인 여성이 유산이나 사산한 경우 그 근로자가 청구하면 유산·사산 휴가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의료기관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과거 3년 동안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응답자 가운데 11.1%가 유(사)산을 경험했다. 국립대병원(14%)은 경험률이 가장 높았고, 지방의료원(8.5%)과 민간중소병원(7.8%)은 비교적 낮았다. 직군별로 보면, 유(사)산 경험은 간호직이 11.6%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보건직 11.3% ▲간호조무직 10.6% ▲사무·행정직 6.9% ▲기능직 및 운영지원직 5.5% 순이었다. 간호직의 유(사)산 경험률이 높다는 점은 이들의 근무형태와도 무관치 않다. 3교대 근무를 한 경우에 유(사)산 경험률은 11.8%였고, 2교대는 11.0%의 수치를 나타낸 것이다.

유(사)산에 따른 법정휴가 사용을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비록 법정휴가를 전부 사용한 비율은 69.5%였지만, ▲일부 사용 14.4% ▲미사용 16.1% 등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참고로 연도별 유(사)산 경험 후 법정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비율은 ▲2018년 31.6% ▲2019년 34.5% ▲올해 16.1% 등이었다. 

 

K방역, 보건의료 노동자 갈아 넣어 완성되다 

코로나19 유행 국면은 앞선 보건의료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 계기가 됐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한 의료기관, 선별진료소 등의 원 소속 간호사와 파견 간 간호사(조사 대상 960명) 가운데 절반 이상(55.7%)이  건강 악화를 느끼면서도 이틀 이상 출근을 했고, 이 가운데 27.3%는 매일 건강 이상에도 불구, 정상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들 상당수는 3교대(72.1%)로 업무를 맡았고, 일평균 1시간 넘게 초과근로를 한 경우도 16.8%나 됐다. 

간호인력 4명 중 3명(76.5%)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그 이유는 고강도 업무로 인한 피로누적(52.6%), 장시간 근무에 따른 집중력 저하(31.7%) 때문이었다. 여기에 제대로 된 식사시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틈틈이 도시락 등 간편식으로 식사를 하는 식으로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5.3%는 보호구 등 물품 부족을 경험했고, 보호구를 재사용한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19%). 응답자의 36.0%는 별도의 휴식공간을 보장받지 못했고, 심지어 숙박비용을 자부담(23.2%)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진의 노고를 응원하자는 ‘의료진 덕분에’ 캠페인이 의료인력 확충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노조는 “국민들의 격려와 응원을 받는 의료진들의 현실은 참혹하다”며 “임신순번제, 인력부족과 높은 노동 강도, 불규칙한 야간근무로 임신기·육아기 노동시간 단축은 그림의 떡이고 불임·난임 비율도 높다”고 지적했다. 즉, 여성이 80%를 차지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모성보호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관련해 지난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제정되면서 열악한 노동현장을 바꿀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법의 정한 세부 사업이 언제쯤 추진될지는 알 수 없다. 노조는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수립, 교육훈련, 보건의료인력원 설립,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구성,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지원대책 등 법률 이행을 위한 사업들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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