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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 이대로 정말 괜찮나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공공병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공공병원 수는 국공립대학병원을 포함해도 전체 병원의 5.7%(2018년 기준)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 5.7%의 병원에서는 정말 공공의 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을까? 공공병원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이들은 이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수하지 않게 해달라” 기도하는 간호사

황은영씨는 간호사다. 첫 직장은 서울의료원이었다. 다른 대학병원에도 합격했지만 서울의료원에서 더 환자를 잘 돌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의료원은 근무환경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간호사 1명당 환자 8명’을 강조했다. 이 정도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8명) 수준이다. 한국은 간호사 평균 1명이 15~20명을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일단 간호사 1명이 감당해야 하는 환자는 10명가량이었다.

‘사수’ 간호사는 황씨에게 “출근하면 텀블러에 물부터 뜨라”고 가르쳤다. 그때가 아니면 하루 종일 물을 뜨러 갈 시간이 없다고 했다. 사수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끼니를 거르는 날도 잦았다. 실제 ‘2019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63.2%가 일주일에 1회 이상 식사를 거른다고 답했다. 일주일에 3회 이상 식사를 거른다는 응답도 32.3%에 달했다.

문제는 서울의료원이 다른 공공병원에 비해 그나마 간호 인력 상황이 좋다는 편이다. 서울의료원은 간호 1등급 병원이다. 서울이 아닌 지역의 공공병원 상당수의 간호 등급은 3~4등급 수준이다. 배호원 보건의료노조 대구병원 지부장은 “3~4등급이 된 것도 병상 수가 기준이던 간호 등급을 환자 수 기준으로 바꿔서다. 모든 병원의 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실제로 인력이 충원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환자를 ‘잘’ 돌보기 힘들다. 황은영 간호사는 매일 “실수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최원영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지금 병원들은 정말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자잘한 실수들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운영되다 보면 ‘하인리히 법칙’ 처럼 어느 날 큰 사고가 일어난다. 환자들이 갑자기 동시에 상태가 안 좋아질 때가 있다”며 말했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 29건과 경미한 징후 300건이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한 지역의료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김모씨는 나이트근무가 제일 두렵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감당할 수 있는 인원이 적어서다. 김씨가 근무하는 병동의 나이트 근무 간호사는 두 명이다. 하지만 심페소생술에 필요한 인원은 세 명이다. 다른 병동의 간호사가 도우러 와야만 한다. 그 동안 다른 병동의 간호사의 환자는 방치되거나 또 다른 간호사에게 떠넘겨진다.

만약 심폐소생술 상황이 연이어 두 명, 세 명에게서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부족한 인원으로 상황을 제 때 발견할 수 있을까? 그 동안 다른 환자들은? 간호사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2017년 12월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 신생아 네 명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심정지가 일어났다.
 

의료진 처우는 좋지 않은데 일은 비슷해

공공병원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규모다. 상급 종합병원(42개) 중 국공립대학병원을 제외하고 공공병원은 없다. 그렇다보니 큰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은 애초에 민간 종합병원을 찾는다.

이는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먼저 의료비 부담이다. 의료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비급여 항목은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금액을 정하기 때문이다. 가령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8년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용’을 보면 상급 종합병원에서 도수치료를 받을 경우, 최저 금액은 9500원, 최고 금액은 19만 5700원이었다. 20배 차이다.

상급 종합병원급 공공병원이 생긴다면 환자는 좀 더 ‘연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대부분 민간 병원에서는 환자를 오래 입원시키지 않는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황은영 간호사는 “돈이 되는 건 검사, 수술, 짧은 입원이다. 수술 환자가 심하게 통증을 느끼는 건 며칠이다. 이 시기에는 무통주사 등 비급여 치료를 하기 때문에 돈이 된다. 이후에는 돈이 안 되니까 다른 병원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여기서 ‘다른 병원’이 주로 공공병원이다. 김모 간호사는 “의료원 외래환자가 민간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다시 입원환자로 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때 묘한 무력감을 느낀다. 지역 의료원등 공공병원이 거점병원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민간병원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애초 공공병원에서 검사와 수술을 받는다면 어떨까?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한 의사가 끝까지 봐주는 게 가장 좋다.

공공병원이 ‘관료화’ 되어간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모 간호사는 “민간병원에 비해 의료진 처우는 좋지 않은데 일은 비슷하게 많고 환자들도 큰 수술은 민간병원을 선호하다보니 ‘무리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면서 해당 병원에서도 할 수 있는 수술이었는데 응급처치만 한 다음 민간 종합병원으로 보내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

이보라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도 공공병원에서 일하며 비슷한 답답함을 느꼈다. 그는 “민간병원에서는 불필요한 처치나 수술이 문제고, 공공병원은 처치나 수술의 적극성이 떨어져서 문제라고 느꼈다”며 “공공병원에서만 받아주는 행려병자 같은 환자들은 강하게 뭘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공공병원이 여기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공공병원을 무조건 확충할 것이 아니라 지금 공공병원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소 인력 강제 ▲의료진 처우 개선 ▲전공의 노동시간 제한 ▲적자 보전 ▲상급 종합병원 수준의 공공병원 확충 등이다. 이보라 전문의는 “2차 병원도 많이 있어야 하지만, 최고 난이도의 수술을 할 수 있고 희귀질환 환자들이 찾아갈 수 있는 수준의 공공병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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