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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39% '변화 없다'·적극적 대응 어려운 문화 여전‥벌칙규정 없어 실효성 떨어져
성과주의 경영문화 속 인적, 물적 자원 투입 부족‥인력부족, 과도한 근무량 해결 필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업무를 수행하는 병원은 어느 조직보다 수직적이고 엄격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만성적인 인력 부족, 과도한 업무량, 단 한 번의 실수가 환자의 건강문제와 연결된 다는 데 대한 스트레스 등이 겹치며, 병원이라는 특수한 직장환경 내에서 암암리에 심각한 괴롭힘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바 있다.

"태움이라는 말을 없애고 싶다"는 간호사들의 바람 속에 마련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실제로 병원 직장 내 조직문화는 많이 변화했을지 살펴봤다.
 
2019년 7월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병원현장, 특히 간호사 직군의 경우 어떠한 직장보다 괴롭힘 문제가 오래되고 심각해 하나의 문화가 된 예였다. 바로 '태움 문화'다.

지난 2018년 서울아산병원 故박선욱 간호사, 2019년 서울의료원 苦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재가 될 때까지 괴롭혀 태운다'는 의미의 '태움'이 사회적으로 알려졌고 당시 큰 충격을 줬다.

정부도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의 측면으로 국정 과제에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포함시켰고, 2018년 7월 18일에는 그에 대한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국회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위해 13개의 입법안이 발의됐고, 결국 2018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9년 7월 16일부터 법이 시행됐다.

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근로기준법 제6장의 2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에 관한 장의 두 가지 조항을 일컫는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며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처음으로 정의했고, 그 금지를 선언했으며,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지에 관해 명시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이종희 변호사는 해당 법에 대해 "노동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직장 내 괴롭힘이 금지되는 행위임을 명시하였다는 데서 의의가 있다. 또한 직장 내괴롭힘에 관한 사용자의 여러 가지 조치의무를 규정함으로써, 사용자의 책임을 묻기에 좀 더 용이한 구조를 만들었다. 취업규칙 개정을 통하여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일터의 명시적인 규범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법 시행 1년 병원에서 느끼는 변화‥"갈 길 멀다"
 

그렇다면 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시행으로 실제 의료현장의 괴롭힘 문제는 해결됐을까?

지난 16일 의료연대본부와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병원 노동자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현장변화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이민화 활동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매우 많이 줄어들었다고 답한 사람은 18%, 조금 줄어들었다고 답한 사람은 42%로 나타났다. 반면 거의 변화가 없다가 31%, 전혀 변화가 없다가 8%였다.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의 경우 77%가 변화가 없다고 답해, 노동조합의 유무가 괴롭힘 방지법을 이행하고 처리하는데 핵심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병원 내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의 종류 중 가장 많은 유형은 무시(30%), 소문(22.3%), 모욕(20.5%), 폭언(17.6%), 태움(13.8%)이다. 이런 유형의 특징은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괴롭힘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의 대응을 살펴보면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가 495명(38%)으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친구와 상의했다'가 349명(26%)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두 개의 응답에서 피해자 자신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며 적극적인 신고 및 대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거나 모르는 척한 이유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가 469명(36%)으로 가장 많았다. 그 외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내가 괴롭힘 당했다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등의 답변이 나왔다.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노동자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민화 활동가는 "비교적 노동조합이 있고 규모가 큰 병원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단체협약 등으로 세부지침까지 마련되어 있지만 그 외의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어떤 절차로 신고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방의 중소병원의 경우 병원 재정 등의 문제로 노동환경이 열악해지고 있음에도,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참고 견디며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도 다수 존재한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각 병원에만 맡겨둘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다"라고 밝혔다.

실효성 높이기 위한 법 개선 노력‥괴롭힘 근절 근본대책 필요
 

실태조사 결과에서 살펴본 것처럼 병원 현장 간호사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병원 내 괴롭힘 문제를 적극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강은미 의원은 현행법이 처벌 조항이 없어 많은 부분에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지난 9일 입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 16일 정의당 노동본부, 강은미 국회의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함께 주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병원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직장 내 괴롭힘 실태 및 대안 모색 국회토론회'에서 이종희 변호사는 해당 법이 사업장 내 자율적 해결절차로 설계되어 규범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용자에게 각종 의무를 규정하면서도 행정적 조치(과태료)조차 규정되지 않아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일 경우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또한 이 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취업규칙 작성·신고 의무도 1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적용범위 상의 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신고된 사건을 조사하지 않아도 벌칙이 없는 등 규제가 낮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은 직장과 이해관계가 있는 고객·도급인·사용인 또는 입주민 등에 의한 괴롭힘을 제3자에 의한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이 같은 행위가 발생하면 사용자가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또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도급·위임 및 그 밖의 계약에 해지를 못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벌칙 규정을 포함시켰다.

이 같은 법적 미비점 보완에 나아가 병원 안에서 ‘태움’과 같은 괴롭힘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및 법의 시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과 건강 한인임 사무처장은 과로가 불가피한 병원 현장의 문제를 지적하며,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근무 시간, 근무량 등의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OECD에서 인구 천 명당 간호사수가 가장 적은 나라로, 간호사들은 살인적인 근무량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 상황에서 상급자나 환자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이 더욱 빈번할 수밖에 없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중환자실 간호사 1명이 환자를 2명 이하만 담당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영국은 영국은 인공호흡기 적용 환자는 간호사 1명이 환자 1명을 담당하고, 체외막산소화장치(ECMO) 적용 환자는 간호사 2명이 환자 1명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병원의 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이 보통 환자 3~4명, 많게는 5명을 맡는다. 법적으로는 1일 입원 환자 5명당 간호사 2명이나 이 조차도 지켜지지 않으며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등 병동 특성도 반영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와 '특례업종' 근로자, '제외업종' 근로자, '재량’' 근로자 등은 노동시간 규제 대상이 아니거나 아닐 수밖에 없는 조건에 처해진 근로자들로 실제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게 되며, 이에 속하는 병원 근로자들은 과도한 노동시간에 노출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적으로 장시간 노동과 직무스트레스, 감정노동, 직장내 괴롭힘의 문제는 과로 영역으로 포괄해 '과로사예방법'을 제정해 괴롭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림대 간호학과 강경화 교수 역시 병원 간호사들 역시 병원 인력 부족, 과도한 근무량 등 근본적인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적하며, 병원경영에 있어 외형적인 성과중심으로 흘러 병원 노동자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자원들이 적정하게 공급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윤을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는 병원의 성과중심주의가 특유의 폐쇄적 조직문화와 위계적 분업과 결합되어 조직적인 괴롭힘을 만들어내고 방치하게 되는 것"이라며, 경영자와 관리자의 인식 개선 및 의지, 업무수행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 확보와 합리적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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