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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간호사 등 보건의료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덕분에'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들의 노동환경은 바뀌지 않고 여전히 인력부족과 괴롭힘으로 고통 받고 있다. 작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발효됐으나 간호사들이 일하는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의료원에서 직장내괴롭힘으로 사망한 고 서지윤간호사에 대한 진상조사와 대책안을 권고했으나 이 또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 이에 서울의료원 직장내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간호사사망사건 시민대책위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행동하는간호사회가 공동으로 병원현장에서 간호사들이 체감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실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변화 방향을 담은 글은 6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올해 2월 처음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사한 첫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처음 배치된 병동에 첫 출근을 한 날, 일전에 수간호사님께서 배정해준 옷장에 옷을 걸고,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잔뜩 긴장하여 병동으로 나왔습니다. 십분 쯤 지났을까, 일면식도 없는 선생님이 저에게 다가와 등을 때리며 "누가 내 옷장에 옷 넣으래!, 수간호사가 그랬다고 내 허락 없이 옷을 넣어? 당장 빼!!!" 라고 병동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같은 날, 그 선생님은 제 사원증 사진과 실물이 너무 차이가 난다며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였고, 덩치가 커서 자리 차지를 많이 한다는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가해자는 이미 1월 신규간호사에게도 폭언, 폭행 등의 가해행위를 저질러 퇴사하게 만든 장본인이었습니다. 병동 내 다수의 피해자들이 있는 상황임에도 가해자는 인사이동조차 되지 않고 그 누구의 제지 없이 수년간 해당 병동에서 괴롭힘 행위를 이어갔습니다. 병원과 관리자의 침묵 속에 불합리한 상황들이 묵인되고 방치되었고 이는 신입들의 잇단 퇴사와 경력 간호사의 배치전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와 같은 일은 비단 저만이 겪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 주변에 신규간호사로 일하는 친구들의 반 이상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먹으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출근하다가 죽고 싶어서 제발 교통사고가 나기를 기도하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며,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심해져 결국 병원을 그만두고 있습니다.

 

신규 간호사에게 참으라고 말하는 간호관리자들

 

대부분의 병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공론화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때문에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할 의무가 있는 관리자는 오히려 '조금만 참아라, 어쩔 수 없다,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라' 라며 회유를 합니다.

 

이처럼 관리자가 침묵을 종용하면, 피해 사실이 명백해도 이를 신고할 주체가 미비하기에 피해자는 도움을 요청 할 곳이 없게 됩니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병원은 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노동조합이 피해자의 편에서 병원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사례를 알리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와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독립적인 괴롭힘 전담기구가 필요한 이유

 

민주적인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는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노동조합이 없거나 병원 측의 입장만을 강변하는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는 관리자의 적극적인 도움 없이 피해자 혼자 병원 내 괴롭힘을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많은 간호관리자들이 피해자의 편에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피해자에게 참으라고 권유하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입니다. 공식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면 내부단속도 못하는 관리자로 낙인찍혀 평판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피해자를 침묵시키거나 피해를 방관하여 스스로 그만 두게 하는 방식을 택하게 합니다. 입사 1달여 만에 퇴사한 신규간호사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따라서 기존 상급간호사들이나 간호관리자, 경영자들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조사는 물론 피해자가 괴롭힘 사실을 신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전담기구'가 신설되어 피해자들이 직속상관이 아닌 제3자를 통해 가해행위를 신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피해자 가해자 분리, 가해자 징계, 재발방지를 위한 근로 환경 개선과 같은 후속조치가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는 형식적인 조사로 두 번 상처를 받거나 아예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병원을 그만두게 됩니다.

 

경영자, 관리자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의무가 병행되어야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립과 함께, 병원 경영자와 관리자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또한 의무화 되어야합니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직장 내 괴롭힘은 비단 간호사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간호사와 간호사, 간호사와 의사, 의사와 의사 그리고 타 부서들까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된지 일 년여가 지났지만 괴롭힘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입니다.

 

모두에게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척 할 수 있는 이유는, 피해자가 아니면 누구에게도 피해를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의료인은 병원에 아동학대, 노인학대 피해가 의심되는 환자가 내원하면 의무적으로 관련 사실을 기관에 신고해야합니다. 매년 이와 관련된 법정필수교육도 받습니다. 그런데 수십 년째 병원 내에서 만연히 이뤄지는 정서적, 신체적 학대는 방치하고 있습니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병원과 관리자는 직장 내 괴롭힘 사례의 신고 의무자가 되어 피해가 방치되지 않게 관리, 감독해야 할 것입니다.

 

2012년 4월 학생인권조례안이 통과 되어 체벌이 금지되고 8년이 흘렀습니다. 처음 학생인권조례로 학생인권을 보호한다 하니 '교권 침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마찬가지로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후 불과 1년이 지났을 뿐인데, '역태움' 이라는 말로 피해자의 권리 찾기 행위를 비하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애초에 '직장 내 괴롭힘'을 용인하는 조직 문화가 없었다면 법을 만들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병원 직장 내 괴롭힘은 수십 년 동안 공고히 이어져 내려온 악습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쉽게 없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피해자를 더 강하게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원래도 공은 세게 내려칠수록 더 높게 튀어 오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수위가 강했으니 반발도 더 거셀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 내 괴롭힘을 '개인의 문제다, 인성의 문제다', 라고 비난하며 개인에게 책임을 무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의 인권을 최대로 보호하며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병원 내 괴롭힘 금지를 위한 관행과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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