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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파업으로 중단된 의사 인력 확대 요구
장시간 노동 해소·적정 보상체계 마련도 권고
의협 “의료 인력·의대 정원 확대 반대”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 등이 대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 등이 대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의료 인력 부족으로 국민들의 건강권이 침해된다며 의료 인력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의료계 파업으로 의료인력 확대 등 보건의료정책이 중단된 상황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는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산하 보건의료위원회는 27일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제 마련을 위한 보건의료위원회 공익위원 권고문’을 발표했다.

권고문에는 ▲의사와 간호 인력 양성 ▲의사인력 등의 지역 간 불균형 해소 ▲의료 인력 장시간 노동 조건 개선 ▲적정 보상체계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 2019년 10월 31일 발족한 경사노위 보건의료위원회는 노사정 대화를 통해 보건의료인력 부족과 지역적 불균등 분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지난 9월 17일 노사정 의견을 수렴해 최종 조율을 위한 합의문(안)을 도출했으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 파업으로 노사정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10월 8일 정부는 의사인력 확충 문제를 정부와 의사협회의 협의체(의정협의체)에서 다루기로 했다.

이에 경사노위 보건의료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이미 마련된 합의문 초안을 바탕으로 권고문을 냈다. 보건의료위 공익위원은 위원장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 등 6명이다.

보건의료위 공익위원들은 권고문에서 의료 인력을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공익위원들은 “노사정은 부족한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현재 인구 1000명 당 2.4명인 임상의사 수를 2040년까지 3.5명(2018년 OECD 국가 평균)에 도달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간호 인력과 관련해서는 “임상 현장 간호사 인력의 만성적인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인구 1000명당 3.8명인 임상 간호사 수를 2030년까지 7.0명(2018년 OECD 국가 평균) 이상이 되도록 2022년부터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한 공익위원들은 의사인력 등의 지역 간 불균형 해소, 지역의료 강화, 전문과목별 불균형 해소도 권고했다. 정부가 의사인력의 지역 간 불균등 분포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취약지에 의사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가칭)지역의사제'와 같은 제도를 신속하게 시행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전공의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권역별 전공의 총 정원제’도 권고했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정부가 의료 취약지의 지역거점병원을 적정 규모로 확충하고 적정하게 보상함으로써 ‘(가칭)지역의사제’를 통해 배출된 인력이 의료취약지 주민들에게 질 좋은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정부가 전문의 수의 과목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 수요에 근거해 전문과목별 전공의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공익위원들은 의료 인력의 장시간 노동 문제 개선도 권고했다. 법정 근로시간 준수를 위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연장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무조별 인원편성 수준 상향 조정을 전제로 한 교대근무제 개선모델 개발 시범사업도 권고했다. 모성보호 지원제도 사용 활성화도 제시했다. 모성보호 휴가‧휴직제도 사용 활성화를 위해 결원 대체인력 확보 및 제도 사용에 따른 불이익 처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위원들은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적정한 보상도 권고했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의거한 적정보상체계 마련을 제시했다. 건강보험 수가를 임금 인상이나 노동 조건 개선에 직접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직종 간, 직종 내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해소하며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공익위원들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의해 설치된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건의료인력의 정원 조정, 교육수련체계 및 협업체계 구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도록 권고했다.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가 사회적 합의기구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료계 대표와 노동계 대표, 시민사회환자단체 대표, 전문가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김윤 위원장은 “보건의료인력 부족으로 국민은 필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의료사고를 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환경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보건의료분야 인력의 양성과 배치개선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고 늦출 수 없는 중대한 과제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위원 권고를 기초로 노사정이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에 다시 나서주실 것을 호소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공익위원 권고를 바탕으로 보건의료인력 관련 법을 제·개정하고 인력 정책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한다”고 했다.

공익위원들의 의료 인력 확대 권고가 정부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 ‘10만명 당 의사 수’ 서울 267명·경북 116명

현재 의사 인력은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017년 보건복지부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보건복지부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 등을 분석한 결과, 2014년 기준 ‘인구 10만 명 당 의사 수’는 전국 평균 172명 수준이었다. 서울은 267명, 경북은 116명, 울산은 123명으로 지역별 차이가 컸다. ‘인구 10만 명 당 간호사 수’는 전국 평균 248명이었는데 서울은 345명, 충남은 154명, 충북은 170명으로 나타났다

공공의료 기반도 지방이 열악했다.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전체 평균 5% 이하였는데 특히 울산(1.0%), 부산(2.5%) 등이 낮았다.

특히 지역 간 의료격차로 양질의 의료조치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한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인구 10만 명 당 치료 가능한 사망자 수’는 2015년 기준 서울은 44.6명, 충북은 58.5명으로 차이가 났다. 서울 강남구는 29.6명, 경북 영양군은 107.8명으로 차이가 컸다.

현재 한국은 공공의료 기반이 취약하다. 2017년 공공보건의료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의료기관 수 비중은 전체 의료기관 수 대비 5.8%로 OECD 평균(53.5%)보다 9.2배 낮다. 전체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 비중은 전체 병상 수 대비 10.5%로 OECD 평균(74.6%)보다 7.1배 낮다. 두 지표 모두 OECD 비교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의료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방의료원은 공공의료 핵심인데 의사 인력이 너무 부족한 현실이다. 70%나 부족하고 너무 의사 구하기가 어려워 지방의료원 하는 일의 대부분이 의사 구하기라 한다”며 “의사 수 부족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절대적인 의사 수보다 의사 분포의 문제로 공공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국가적 아젠다로 설정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신찬수 서울의대 학장은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공공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로 실제로 OECD 평균이 70%인 반면 우리나라는 10%대밖에 되지 않는다”며 “최고의 우수한 인재들이 왜 필수의료가 아닌 피부관리나 비만클리닉 등으로 몰리는지 등의 이유에 대해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자는 것이지 의사 증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인력 및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협의 입장은 기존과 동일하다. 경사노위 공익위원의 권고문에 대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의협은 지난 5월 성명에서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의료 접근성이 높은 나라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산술적인 통계에 불과하다”며 “얼마나 많은 의사가 더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추정하기 위해서는 의료수가, 의사의 노동강도, 의료전달체계 등에 대한 복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며 인구추계와 의료 수요에 대한 예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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