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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취약계층 의료공백..."공공의료 자원 부족하다"

   

 


 
HIV감염인·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 등 공공병원 주로 이용해와
코로나19 이후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병원 부재
"우리나라는 의료자원이 아니라 공공병원, 병상이 부족한 것"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코로나19(COVID-19) 재유행에 대비하고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정부가 공공병원과 의료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다른 의료기관에 대한 선택지를 갖지 못한 취약계층들이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겪고,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보고회' 모습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5일 '코로나19 의료공백인권실태조사결과 보고회'를 열고 코로나19 이후 의료공백이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공백 설문조사는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25일까지 약 한달간 진행됐고, 이후 설문내용을 바탕으로 2달 동안 피해 당사자와 3명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사단은 우리나라의 전체 병상 중 공공병상이 약 10%로 OECD 평균(70%)보다 낮고, 심지어 OECD 중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쪽방주민과 이주노동자,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감염인,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은 민간병원의 높은 의료비와 차별 때문에 공공병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이 응급상황 시 갈 수 있는 병원이 부재하고, 기존에 겪던 차별이 더욱 심화됐다는 주장이다.

 

수술 연기되고 고열에도 입원 불가능...'의료 공백' 증언

이날 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료공백 피해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A씨, B씨, C군의 유가족

이날 보고회에서는 의료공백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각자 경험을 증언했다.

HIV감염인인 A씨는 만성중이염으로 수술을 해야하지만 평소 이용하던 국립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1년 가까이 수술이 연기돼 임시 방편인 항생제로 버티고 있다.

그는 엄지손가락 사고로 봉합수술이 필요한 위급 상황도 겪었지만, 당시 병원들은 그가 HIV감염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HIV감염과 코로나19로 응급실 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

결국 15시간 이후 어렵게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이지만, 사고 당한 손가락은 영구 장애 진단을 받은 상황이다.

A씨는 "HIV감염인은 진료를 거부받는 경우도 많다.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에 높은 치료비로 상급병원은 엄두도 못낼 형편이라 국립의료원을 주로 이용했지만 그마저도 코로나19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차별없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 한군데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골수염으로 다리를 절단하고 천식·뇌전증을 함께 앓고 있는 B씨는 올해 7월 다리 염증으로 고열이 발생했지만, 평소 이용하던 공공병원은 응급실이 폐쇄돼 갈 수 없었고 다른 2군데의 병원에서는 고열로 인해 진료를 거부받았다.

B씨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뇌수막염에 걸리면 열이 나는데 그럼 어디로 가야하나"라며 "결국 집으로 돌아와 이틀동안 해열제를 먹고 그냥 버텼고 공포감에 시달렸다.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 이런 상황이 또 반복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부재하고, 관련 지침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참석한 유가족에 따르면 고등학생 C군은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 42도의 고열에 시달렸지만, 열이 나도 병원에 가지 말라는 정부의 지침으로 해열제를 먹으며 이틀을 버텼다.

고열이 계속돼 병원을 찾았지만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한 채 해열제와 항생제만 처방받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찾아갈 수 있는 진료소와 정보도 제공받지 못했다.

이후 3차 진료기관에 입원한 C군은 13여차례의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결국 사망했으며 사인은 중증 폐렴으로 나왔다.

조사단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 등 여러 임시적인 조치를 통해 체계적인 분류 시스템을 갖췄다고 하지만 각 조직간의 소통과 협업의 부족으로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사단 "의료자원이 아니라 공공의료가 부족한 것"

코로나19 대유행 대비해 민간병원 개입 필요성도 촉구

조사단은 우리나라가 의료자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 자원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당 병상 수는 OECD 평균이 인구 1000명당 3개의 공공병상을 확보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3개로 멕시코(1개) 다음으로 가장 낮다.

조사단은 지난 3월 초 대구에서 4000명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 2300명이 입원하지 못했지만 대구·경북이 병상 수 자체만 보면 취약한 지역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2018년도 기준 지역인구 대비 병상 수를 보면 대구는 15, 경북은 16.6으로 전국평균(13.6)보다 높다. 

그러나 대다수가 민간병원 병상이라는 구조적 의료공백 때문에 3월 중순까지 발생한 전체 사망자 중 17명이 입원도 못한 채 사망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당시 코로나19 대응으로 쫓겨나야 했던 환자들, 공공병원에서 관리를 받던 외래 환자들 상당수는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공공병원이 아니면 관리가 어려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경우 의료공백 상태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이 겪고 있는 육체적 피해는 가늠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대비해 민간병원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공공병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많은 병원들이 민간병원이라는 이유로 코로나19 대응에서 빠져있는 상황은 향후 코로나19 재확산 시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공공병원이 지금까지의 대응만으로도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코로나19 환자 중 96%가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민간의료기관도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은 사회적 책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조사단은 ▲기존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의료전달체계 재확립 ▲민간병원의 역할과 의무를 규정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전수조사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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