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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간호사 태움, 그 원인과 해결책

 

 

오늘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다. 이 사실을 기사로 접하는데 나는 불편한 감정을 먼저 느꼈다. 그 기사에 이해를 돕는다고 실린 그림이 때문이었다. 일러스트로 되어 있는 그 그림은 두 여자가 서 있었는데, 한 여자가 다른 여자에게 지적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지적을 받는 듯한 한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기가 죽어 있었다. 그러나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그 모습보다 그들의 복장이었다. 유니폼에 망을 한 머리, 그들은 누가 봐도 간호사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간호사의 ‘태움’은 이제는 어지간한 국민들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태움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간호사들은 태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인력부족’으로 꼽는다. 지난 3~4월 의료노련이 전국 14개 병원에서 일하는 조합원 14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67.2%가 ‘연장근무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연장근무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8.2%가 시간 외 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특히 그 중 간호사의 시간 외 업무 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에 달했다. 하루 평균 4시간, 즉 간호사들은 기본적으로 하루에 12시간을 근무한다는 뜻이다. 그 원인으로는 ‘일상적인 업무하중’이 52.4%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간호 인력은 5.9명으로 이는 OECD 평균인 9.1명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즉, 10명이 해야 할 일을 6명이 하는 것이다. 그러니 업무가 과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과중한 업무는 사람을 예민하게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 예민함은 ‘태움’이라는 악습을 낳았다.

10명이 해야 할 일을 6명이 하는데, 그걸 또 해내는 사람들이 바로 간호사이다. 분명 간호사들의 책임감은 그들의 일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해내게 만든다. 이는 간호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해내지 않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가는 것을 알기 때문에 힘들어도 이 악물고 하는 것이다. 내가 병원에서 근무할 때 나의 선배 간호사는 이렇게 말을 했다. “우리가 다 해내니까 (위에서)괜찮은 줄 아는 거야. 우리가 펑크를 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어떻게든 해내니까….” 나는 이 말이 간호사의 현실을 대변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는 인원 확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6명이서도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데 굳이 왜 인원을 늘려야 하겠는가?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지금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간호사의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즉, 간호사의 노동력을 ‘갈아 넣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간호사들은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가고 있다. 결국 못 참고 누군가 사직을 하게 되면 그 자리에 훨씬 싼 인건비의 신규 간호사를 채워 넣는다. 예를 들어, 5년 차 간호사가 사직을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 간호사가 그 자리를 채워 넣었다 생각해보자. 그것은 그저 숫자만 맞췄을 뿐 일의 균형은 전혀 맞지 않게 된다. 이는 고스란히 남아있는 간호사들의 업무 과중으로 돌아간다.


태움이 없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태움은 없어져야 하는 악습이다. 그러나 태움이 생겨나게 된 원인에는 분명 간호사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출처 : 한국투데이(http://www.hantoday.net)

 

 

 

https://www.hantoday.net/news/articleView.html?idxno=19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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